책이야기

김승환의 듣기여행

짱구쌤 2016. 4. 10. 10:02

 

 

개콘 아니었으면...

[김승환의 듣기 여행 / 김승환 / Human & Book]

 

유쾌한 교육감

방학 숙제 안 내주기가 교육청 지침인 곳, 전북교육청 김승환 교육감은 거침이 없었으되 유쾌했다. 내내 울타리 속에서만 살았던 교원들은 그의 발언 수위를 걱정하며 마음 졸였지만 정작 그는 걱정 마세요. 제가 헌법학회장을 한 사람인데 아무렴 여러분보다 법을 모르겠어요.” 혁신학교의 시작은 김상곤 경기교육감이었지만 혁신교육의 아이콘은 김승환의 몫이 되었다. 그가 우리 시대의 존경받는 6명의 명사들과 나눈 이야기는 그 자체로 훌륭한 교육학 이론이자 실제이다. 그의 강연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는 유능할 뿐 아니라 재미까지 있다.”라고 한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아마추어리즘

만화가 박재동은 교육에 대해 놀아라라고 말한다. ‘집에 가기 싫은 학교를 위하여 교육은 재미있어야 한다에 두 사람은 의견 일치를 본다. 학교가 몸을 쓸 곳을 만들어 주고, 스스로 공부할 것을 정할 기회도 주고, 평가 문제도 내보고, 실패할 기회를 많이 줘보는 곳이 학교이길 바란다. 우리 사회가 연연해하는 프로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잘 하지는 못해도, 이것 하면서 저것도 해보는 아마추어리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란다. 한겨레에서 만평을 쓸 때부터 박재동은 촌철살인의 대가였다. 그의 자유로운 영혼은 혁신학교마저 매뉴얼과 형식에 맞춰지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혁신학교에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이럴 때 어떻게 합니까?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요?”같은 매뉴얼이다. 그래서 많은 혁신학교는 비슷한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고민이 부족한 결과다.

 

국수가 라면에게

, 언제 미용실 가서 파마 했니?”안도현 시인은 학생들에게 특강할 기회가 있으면 이 시부터 들려준다고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느새 특유의 발랄함과 진솔함을 드러내며 술술 글을 써댄다. 학교가 조금 더 쓰기에 집중하길 바란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말하기를 앞세우는 교육에서 경청은 불가능하다. 억지로 짜내는 짓기말고 경험한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쓰기이다.

어젯밤, 이 글을 쓰다가 멈췄더니 아내가 왜 안 쓰냐고 했다. “오늘은 글이 안 써지네. 내일 아침에는 써질 것 같아.”했더니 언제부터 문학가가 되었냐며 웃는다. 문학가? 누구나 삶과 사유를 편안하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글을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아마추어리즘은 삶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골방과 광장 사이

나이가 들어가니 광장보다는 골방이 좋다. 집에서 쉬며 사유하는 것이 편하다. 광장으로만 돌며 함께’, ‘참여했던 기억도 좋았다. 하지만 늘 허전했고 아쉬웠다. 골방의 사유 없는 광장의 참여는 맹목의 구호와 돌격만 남을 것이고, 광장의 참여 없는 골방의 사유는 궤변과 아집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는 자기 안도는 줄 수 있을망정 더 나은 사유로 나아가기는 힘들다. 자꾸 골방으로만 들어가려는 것을 경계하며 살 때이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다. 5·18, 쌍용차, 세월호 등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맨 먼저 달려가 가장 늦게까지 머무르는 이 의사는 교육을 치유의 나눔이라고 했다.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상처받고 사는 교사들을 다독이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듯 교사에게도, 교육감에게도 이유 없이 자신을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엄마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김승환 교육감은 그것을 아이들이라 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이들을 돌봐준다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아이들로부터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내가 어떤 일을 겪고 하루를 시작하든, 변함없이 믿어주는 아이들을 만나는 아침이면, 산뜻하게 부팅되는 기분을 느낀다. 직업으로도 축복이다.

 

방학 숙제 없는 날

전라북도 교육청의 한 연수에서 김승환 교육감을 만나고 온 아내는 그의 팬이 되었다. 알차면서도 유쾌하게, 그래서 편안하게 경청 할 수 있었다는 말에 그가 많이 부러웠다. 여러 이유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스스로 꽤 괜찮게 전달하는 사람이라 안도한다. 주위의 몇몇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격려에 고무되어 반복하고 달뜨는 자신을 발견하면 많이 부끄럽다. 김승환 교육감도 그러한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경청을 위한 여행을 떠난다. ‘방학 숙제 내주지 않기를 지침으로 내고 교육부의 부당한 간섭을 거침없이 거부할 만큼 혁신적인 그가, 정작 위로받았던 것은 개그콘서트였다고 고백했을 때 조금은 짠했다. 물론 여전히 그가 조금 더 업그레이든 된 개콘으로 위로받기를, 진지하게 경청할 줄 아는 유쾌한 교육감이 되기를 바란다.

2016410일 이장규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횡무진 서양사  (0) 2016.05.08
카슈미르의 봄  (0) 2016.04.19
유령에게 말 걸기  (0) 2016.04.02
처음처럼  (0) 2016.03.13
발언1  (0) 201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