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나의문화유산답사기-교토의명소

짱구쌤 2015. 10. 19. 08:56

 

명작은 디테일

[나의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4 / 유홍준 / 창비]

 

앞은 밝고 뒤는 깊어야

교토의 명소를 찾아 일본의 정원(庭園)과 다도(茶道)를 두루 살피는 책이자 일본답사기 마지막 4편이다. 우리나라도 아닌데 네 편씩이나 된 전문 답사기를 펴낸 것이 놀랍다. 유홍준 스스로 사찰과 정원이란 모름지기 앞은 밝고 뒤는 깊어야 한다고 하였으나 나에게 유홍준의 답사기가 정작 그렇다. 답사기를 읽으며 따라 들어가는 앞 출발은 즐겁고 유쾌하며 설레지만 다 읽고 난 뒷맛은 깊다. 가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진한 여운이 남는다. 그 여운이 그의 답사기를 다 읽게 하였으며 어설픈 답사여행을 다니게 하였다. 유홍준 덕분에 우리 문화를 새롭게 보게 되었고, [한국의 ] 오주석으로 인해 그것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내 문화사 공부의 스승들이라 하겠다.

 

일본의 정원(庭園) 한국의 원림(園林)

십 몇 년 전, 교토에서 본 정원은 나에게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돌 자갈위에 바위덩어리만 덩그라니 놓인 어느 사찰의 정원(마른 정원. 석정)도 그랬고,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세밀하게 만들어진 개인주택들의 작은 정원도 너무 작위적이라 느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나와 같은 궁금증으로 한국과 일본 정원의 차이를 묻는 답사객에 유교수가 답한다.

우리나라 정원은 일본 정원과 콘셉트 자체가 아주 달라요. 일본 정원은 자연을 재현한 인공적 공간이며, 우리 정원은 자연 공간 안에 인공적인 건물이 배치되고 나무와 화단이 만들어집니다. 자연과 인공의 관계가 인본과는 정 반대이고 사람이 그 속에 파묻히죠. 그래서 일본은 정원이고 우리나라는 원림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242)

엊그제 출장이 있어 담양에 갔었는데 시간이 조금 남아 예전에 깊은 인상을 주었던 명옥헌에 들렀다. 예전 유교수의 글을 통해 시인 황지우, 화가 신경호가 작업실을 그 앞에 두고 조선시대 최고의 원림을 즐겼다는 부러움을 읽었던 적이 있었거니와 어느 해 겨울 찾아간 정경이 너무 좋아서 찾은 것이었는데 실망만 가득 안고 돌아왔다. 앞에 떡 지어 놓은 멋진(?) 전원주택, 연못 바로 옆 볼쌍스런 창고라니... 쯧쯧

 

일본 다도(茶道)는 일본 고유의 것

매일 아침 아이들과 차를 마신다. 아침에 책을 보기위해 마시는 차이므로 그냥 조용히 차분히 마시면 된다. 우리가 다도라 부르는 절차는 그래서 우리 반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다도를 다르게 이해한다. 일본 다도 정신을 와비사비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 쓸쓸하다부족하다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들은 차를 마시는 일을 참선이나 수련의 한 형태로 이해하고 있으며 그러한 전통으로 인해 그처럼 까다로운 절차가 생겨났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를 다도의 본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유교수의 입장은 단호하다. 일본 다도는 일본 고유의 것.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 문화가 엄연히 일본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가 앞의 책 세 권을 통해서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듯, 과도한 우리 문화 제일주의를 경계함일 것이다.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팥

시니세(老鋪). 가업을 이어 오랜 전통을 유지하는 일본의 오랜 점포를 이르는 말이다. 2002월드컵 일본측 준비위원장 집에 붙은 가훈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팥그의 집은 도미빵을 만드는 시니세이다. 도쿄나 교토의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시니세는 일본의 저력이다. 오래된 가치를 현대와 접목할 수 있는 힘은 문화를 풍요롭게 한다. 유혼준 교수가 네 권의 일본 답사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의 제목과 같다고 이해했다.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일본 문화는 별것 아니며 우리가 다 영향을 준 것이라는 무지를 넘어 겸손하게 배워야 한다. 답사기는 조금 어려웠다. 일본의 여러 인물과 역사는 줄곧 읽기를 방해했지만, 제대로 알고 본 문화는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는데 바탕이 되었다. 유명 유적지만이 아닌 골목과 사람들의 일상을 훑는 유홍준 특유의 디테일은 그의 답사기를 명품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다. 섬세해지자.

나의문화유산일본편4.hwp

20151018일 이장규

나의문화유산일본편4.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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