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어떻게 살 것인가

짱구쌤 2014. 10. 12. 14:32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 생각의길]

   

손학규와 저녁이 있는 삶

몇 년 전 대통령 경선후보로 나온 손학규가 내건 슬로건은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참 아름다운 구호가 정치에 등장하는구나.’ 혹자는 대선 구호가 너무 추상적이다라고 했지만(사실 그 비판의 핵심은 그가 한나라당에서 건너온 사쿠라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구호가 마음에 들었다. 얼마 전 정치인 손학규가 정계를 은퇴했다. 선거에서 유권자의 부름을 받지 못한 정치인의 은퇴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겠지만 오래전부터 그의 가치를 아까워했던 나로서는 여간 서운한 게 아니었다. 그가 정치인으로서는 저녁이 있는 삶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자연인으로 자신의 저녁이 풍요롭기를 기원한다.

 

작가로 돌아온 유시민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장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철학자 밀의 말이다. 유시민은 1년 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작가로서 복귀했다. 그리고 처음 쓴 이 책에서 밀의 위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함을 보여주었다. 나는 사실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른바 빽바지 등원이나 100분 토론에서 보여준 논리정연함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가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원을 자처하며 권력의 중심부에 있을 때에는 대통령 노무현에게 느꼈던 실망감처럼 그에게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그를 다시 본 것은 역시 책이었다. [청춘의 독서]에서 보여준 사색의 깊이에다 [진보의 미래]를 읽고는 상당히 열린 사고를 가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현실 정치에서 좌절을 겪고 정치를 그만두었다. 나는 다른 많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가 제일 잘하는 글쓰기로 돌아온 것이 기뻤다. 이 책은 나의 그런 결론에 좋은 핑계를 대게 해주는 책이다.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은 사랑, , 놀이, 연대

나는 어떤 사람일까? 도대체 왜 살아온 것일까?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긴 시간 내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를 사랑하는지 잘 안다. 내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할 수 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 운동(movement)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정치를 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시간은 부족했다. 세상의 모든 비극과 불의에 대하여 내 몫의 책임이 없는지 살펴야 하는 게 괴로웠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위선으로 보였다.(본문 195)

그가 정계를 은퇴한 이유이다. 정치가 즐겁지 않았단다. 그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사랑, , 놀이, 연대)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 정치를 더 이상 할 이유가 없었단다. 내가 정치인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에 공감이 되었다. 물론 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매우 만족한다. ‘이방인의 작가 카뮈는 1957년 노벨문학상 수락연설을 그의 초등학교 은사인 루이 제르맹에게 헌정함으로써 초등교사가 얼마나 위대한 직업일 수 있는 지를 보여주었다. 나는 카뮈와 같은 제자를 두지는 않았지만 내 직업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 지는 것이나 활력 있는 삶의 자양분을 위해 적절한 놀이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것은 퍽이나 다행스런 일이다. 저자는 연대에 대해 상당한 공력을 들여 이야기한다. 그가 자처하는 진보주의자로서 사회와 연대하는 일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진보주의란?

그가 정의하는 진보주의는 몇 가지 접근법이 있다.

자본주의가 타파되는 것이 진보라고 믿는 체제론적 접근법은 김상봉이나 박노자의 입장이다. 실패한 현실 사회주의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너무 도식적이다. 철학적 접근법은 불합리한 제도와 물질의 결핍, 낡은 사고방식에서 해방시켜 자유로운 존재로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진보로 정의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보의 개념이라 하겠다. 하지만 저자는 이의 적용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유시민이 지지하는 것은 생물학적 접근법이다.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차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 그것이다. 신기한 정의이긴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진보주의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가진 그가 속엣말로 내놓은 것은 되새길만 하다. 진보정당운동을 추진하다 좌절한 과정에서 신념에 대해 깊이 성찰한다. 신념은 절대적이 아니며, 따라서 실현과정이 상식적이어야 그 정당성을 부여받는다고 하였다. 또한 신앙이나 이념이 훌륭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념과 신앙에 대한 관용(똘레랑스)을 갖추어야 한다. 내가 요즘 천착하는 균형과 포용에 비추어도 그렇다.

 

현명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

유시민은 이 책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 더 중요하게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다룬다. 그는 우아하고 품위 있게 살다가 즐겁게 떠나고 싶다고 했다. 사전 장례식처럼 미리 지인들과 함께 놀고 이야기하며 잠들고 싶다는 것이다.

삶이 찰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 그것을 모르는 삶은 그저 조금 더 길기만 할 뿐 하루살이의 삶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영원한 수령을 찬양하는 박연폭포 바위의 글발은 낙서에 불과하다. (본문 315)

유한한 삶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정치인 손학규가 저녁이 있는 삶을 생활 속에서 이루기를, 본업으로 돌아온 유시민이 맘껏 사랑하면서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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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2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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