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ST KID
[먼지아이 / 정유미 / 컬처플렛폼]
박찬욱 감독의 추천
깊은 겨울밤, 잠에서 깬 여자는 문득 청소가 하고 싶어진다. 침대보를 털고 방을 쓸고, 화장대를 치우고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한다. 수시로 나타나는 먼지(아이)를 치우지만 청소하는 곳마다 먼지아이는 숨어있다. 단순한 이 줄거리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가려 뽑은 삽화로 그림책이 나왔다. 박찬욱 감독이 깐느 영화제에서 발견하여 적극 추천한 덕분에 나에게도 읽을 기회가 온 것이다.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글은 전혀 없고 흑백으로만 그려진 그림들은 “뭐지?”고개가 갸우뚱했는데 부록으로 딸린 애니메이션을 DVD로 보고 나서야 “아, 그렇구나. 기발한 상상력!”무릎을 쳤다. 만화적 상상력은 공상과학영화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더욱 발군의 상상력을 선보인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주목해야할 작가를 찾았다. 이번 학기부터 우리 학교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 수업이 진행 중이다. 아이들 모두가 무척 기다리는 시간이다. 거침없이 쏟아질 아이들의 상상력이 어떻게 표현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짱구와 뽀로로로만 기억하는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다양한 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다. 당장 보여줘야겠다.
청소와 설거지가 주는 즐거움
일주일에 한 번 청소를 한다. 일요일 아침에 아들 두 녀석과 청소기 돌리고 걸레로 닦는다. 처음에는 투덜거렸는데 이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 즐겁게 하는 편이다. 청소 뒤에 오는 컴퓨터 게임시간 때문일 테지만.. 어쩌다 사정 때문에 청소를 거르는 경우에는 집상태도 엉망이지만 마음 역시 어딘가 찝찝하고 개운하지 않다. 설거지는 더욱 그렇다. 요리는 정말 못하는 관계로 설거지를 전담한다. 라디오를 틀어놓고 하는 설거지는 모든 잡념을 없애주는 최고의 레저 활동이다. 깨끗하게 씻겨 져서 다음날 아침 바짝 마른 그릇을 보면 기분이 상쾌하다. 마음을 씻는 설거지다.
2014년 5월 7일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