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40미스터 모노레일-김중혁

짱구쌤 2012. 12. 30. 22:24

 

 

주사위, 이제는 내가 던질 차례다

[ 미스터 모노레일 / 김중혁 / 문학동네 ]


구멍 뚫린 노란 표지의 산뜻함이 조금은 가벼운 소설책을 찾고자하는 요구와 맞아 떨어졌으니 선택 안할 도리가 있나? 주사위를 이용하는 게임 [헬로 모노레일]을 만든 ‘모노’는 중학교 때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한쪽 귀가 난청이라 스테레오의 반대말로 놀림감이 된 이 별명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나곤 했었는데 난청 학원에서 만난 보청기 찬 ‘레드’ 아저씨의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꾼다.

“아, 귀 때문에? 멋진 이름인데, 모노, 그런 별명을 짓는 걸 보면 괜 찮은 친구들 같네. 모노라는 게 싫어?”

“좋을 리 없죠. 정상이 아니라는 건데.”

“잡음 이 많은 스테레오 보다는 깨끗한 모노가 낫지? 안 그러냐? 나는 인생이 음소거인데, 안 들려서 불편하다는 생각보다는 잡음이 없어서 좋다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어.”


이야기는 한 편으로 황당하다. [헬로 모노레일] 보드게임을 만든 ‘모노’와 ‘고우창’은 뜻밖의 성공을 거두어 탄탄대로를 걷는다. 무능한 가장인 고우창의 아버지 ‘고갑수’가 사이비 종교인 ‘볼 무브먼트’에 심취해서 아들 회사의 돈 5억원을 들고 ‘볼 무브먼트’의 본산 벨기에 부뤼셀로 ‘출가’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볼 무부먼트’는 우주절대자가 만물을 동그란 구로 만들었으니 구를 섬기고 따르다 보면 종말을 피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사기행각을 펼치지만 세상 어디에든 존재하는 구원론자들이 따르는 것까지 말릴  수는 없다. 유럽 주요도시를 여행하는 것이 주 테마인 게임 [헬로 모노레일]처럼 아버지 ‘고갑수’를 찾으러 떠나는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게임의 그것처럼 로마, 파리, 암스테르담, 런던, 몬탈치노(이런 도시도 있나?)를 여행하며 추격전을 벌인다.


작가 김중혁은 잘 모르는 사람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쓴 박민규처럼 그 역시 넘치는 끼를 가진 놀 줄 아는 작가다. 인터넷에서 찾아 본 작가의 말 동영상에서 그는 “힘드시죠? 좀 노세요.”라고 대 놓고 놀라고 한다. 노는 것처럼 썼다는 이 소설, 소설 쓰는 지도 모르게 재미있게 놀면서 썼다는 이 소설은 그래서 재미있다. 심각하지 않고 우쭐대지도 훈계하지도 않는다. 게임하듯 재미있게 주사위 던지고 읽다 보면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닫는다.

저자다운 마지막 [작가의 말]은 이 책이 주는 메시지이다.

어떤 숫자가 나오든 상관없다 /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 / 주사위는 공평한 거니까.

1의 반대쪽에는 6이 있고 / 2의 반대쪽에는 5가 있고 /3의 반대쪽에는 4가 있으니까. 이제는 내가 던질 차례다.


책을 덮으면서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더 찾았다.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다. 얼굴에 큰 흉터를 가져서 늘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사는 여주인공 ‘고우인’에게는 세상을 세심하고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시선을, 늘 느려 터져서 뒤쳐지는 ‘고우창’에게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선사한다. 모노, 루카, 레드 모두 흠결을 가진 사람들인데 그들만의 빛깔이 아름답다. 선생인 나에게 참 필요한 시선이다. “저마다의 빛깔로 아름답도록”

작품 곳곳에서 터지는 웃음은 보너스!

2011. 8. 23.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