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찰하는 수업에세이, 함께 써보실래요?
-순천인안초 수업혁신 이야기-
새로운 시도, 수업에세이
외적으로 볼 때 선생님의 수업은 전차시 상기에서 후속차시 예고까지 잘 연결된 수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수업에서 받은 느낌은 하나의 잘 정돈되어 어디를 가면 무엇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대형마트의 느낌보다는 사이사이 골목이 있어서, 저 모퉁이를 돌면 어떤 가게가 나올까라는 기대를 주는 시장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시면서 중간 중간 모퉁이를 도실 때마다 이렇게, 혹은 저렇게 아이들을 이끌고, 피드백을 줄 수도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6학년 선생님)
작년에 발령을 받은 부산 출신의 이 신규 선생님은 보통의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공개와 협의회와는 많이 다른 순천인안초(교장 임종윤)의 에세이 쓰기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오히려 기존의 방식에 젖어 있는 우리와 달리 새로운 시각과 경쾌한 스텝으로 수업에세이가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듯 했다.
우리는 이번 수업을 앞두고 ‘배움’과 ‘나눔’에 주목하면서 수업을 공개하기로 하였다. 컨설팅을 요청하고,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목적의식적인 수업 관점을 세워가기로 하였다. 학부모 공개수업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 수업 참관 수준을 상당히 올렸다고 생각한다. (3학년 선생님)
학부모들은 공개수업에서 자기 아이만을 주목한다. 내 아이가 손을 들어 발표를 하는지, 수업 시간에 딴청을 피우지는 않는지를 보면서 가슴을 졸인다. 그래서 우리는 2014년 순천인안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배움’과 ‘나눔’이 수업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아이들은 서로 협력하면서 즐겁게 배우는 지 보아달라고 하였다. 내 아이만을 주목하면 우리 모두 한 치도 나아갈 수 없다.
나를 성찰하는 수업에세이 쓰기
한참을 웅성웅성 거리며 창작의 열을 올리고 있는 중에 한 모둠에서 작은 말다툼이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서로 멜로디언을 하겠다고 우기다 한 아이가 모둠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다. 어떡하나, 보고 계시는 부모님은 나중 문제라 치더라도 오늘은 배움과 나눔이 이루어지는 수업을 해야 하는데...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친다. 저 모둠을 야단을 치는 게 맞나.. 저 모둠의 작품은 발표를 시키지 말까?
(음악 전담 선생님)
그리고 교사의 수업기술의 가장 특별한 장면은 아이들이 산만한 순간 “얘들아 1분만 보면 더 좋은 정보가 있을 걸”하고 말할 때의 아이들의 모습들이었다. 아이들은 교사가 말하는 순간 교사를 향해서 집중하고 교사의 말을 듣고 있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중요한 수업의 기술은 관계이다. 관계는 저금통처럼 미리 많이 채워 넣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소통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5학년 선생님)
에세이는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 방식이다.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이만한 게 없다. 우리 학교가 수업에세이 쓰기를 2년 넘게 지속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남의 수업을 체크리스트하고, 관례적인 격려와 지적(심한 경우도 있지만)을 통해 수업을 분절시키는 방식을 지양하고, 교사의 가르침과 아이의 배움을 동시에 조망하는 수업 후 협의, 이를 통해 내가 배울 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수업에세이가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하나의 학습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기획과 과정이 필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학생들 한명 한명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쳐 보일 수 있도록 꼼꼼하고 세심하게 조력하는 것이 교사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기에,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단원 설계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하였다.
(4학년 선생님)
수업을 계획하며 현재 1학년 아이들의 학습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 질 수 있는 국어, 수학을 할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의 활동에 중심을 둘 것인지 부터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직 읽기, 쓰기가 잘 되지 않는 아이들, 수학에서도 문제 이해력이 좋지 않아 자꾸 질문을 하게 되고 다른 말들을 하는 상황인 아이들.. 그러나 3,4월을 지나면서 1학년 아이들은 기다려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학년 선생님)
제자리란 수업 내용이 중심이 아닌 아이들의 배움이 중심임을 말하고, 교사활동이 중심이 아닌 아이들의 활동이 중심임을 말한다. 수업 준비는 빠짐없이 하고,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데도 수업을 하고 나면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수업 내용과 교사활동이 중심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준비한 것이 많을수록 더 그렇다. 그래서 지금은 수업준비와 수업진행에서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를 몇 가지 요약하여 코팅했다. (과학 전담 선생님)
동료 교원들끼리 수업 혁신에 관한 좋은 책을 함께 읽는다.([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서의 소외와 실존]) 희망에 의해 공개 수업을 신청하고 수업 전에는 공동으로 수업안을 검토한다. 수업을 볼 때에는 각자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다. ‘벼리’아이를 두고 집중 관찰한다든가, 모둠 토의나 소외된 아이, 교사의 교수법 등등. 특정한 양식의 체크리스트를 채택하지 않고 수업 협의회를 진행한다. ‘배움’과 ‘나눔’을 점검하고 나머지는 그때 그때 주제를 정해 이야기한다. 공식적인 협의회가 끝나면 분위기 좋은 곳에서 뒤풀이 협의회를 갖는다. 그날 공개한 선생님에 집중하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후 각자 수업에세이를 작성한다. 분량과 형식은 말 그대로 자유이며 나중에 모아서 돌려 읽는다. 학년말에는 수업에세이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배움’과‘나눔’을 구현하면서도 나에게 가장 맞는 수업을 찾기 위한 순천인안초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순천인안초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