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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2 아스카나라

짱구쌤 2013. 8. 2. 16:25

 

명작은 디테일에서 온다

[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2 아스카․나라 / 유홍준 / 창비 ]

유홍준의 의도대로 그의 책에 빠져 삼 일째 표류중이다. 규슈에 이어 아스카․나라. 이곳은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어서 훨씬 더 빠져들었다.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지역인 규슈를 거쳐 진정한 일본이라 불리는 나라와 교토로 이어지는 여정은 온천과 화산, 스키와 도쿄쇼핑 쯤으로 이해하는 일본여행과는 한참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백제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아스카는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다. 당시의 백제인들이 그랬듯이 부여와 꼭 빼닮은 그래서 더없는 편안함을 주는 아스카를 사랑한다. 일본 역사에서도 아스카를 지나 나라와 교토 시대로 건너가면서 도래인들의 손길이 사라지고 일본다운 특징이 도드라진다. 아스카 지역의 불상과 건물은 백제의 그것처럼 인간적이며 소박하지만 나라와 교토에 이르면 규모와 형식에서 완전한 차별이 일어난다. 유홍준 교수가 5일은 도시에서 생활하고 나머지 이틀은 시골에서 사는 이른바 5都2村을 하는 곳이 부여이고 보면 그가 백제와 백제의 향기가 흠뻑 배어있는 아스카를 고향처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싶다. 그의 부여집 이름은 휴휴당(休休堂)이다.

 

1997년 처음으로 해외로 나간 곳이 나라와 교토이다. 연수 형식이어서 7일 중 4일은 학교를 방문하고 3일 동안 그 지역 유적지를 돌아본 것이 고작이었지만 나에게는 너무도 깊이 각인된 몇 가지 장면이 있다. 그냥 나라와 교토가 일본의 옛 도읍지 정도였다는 정보만 가지고 떠난 여행이었으니 뻔한 수준에서 둘러보는 답사였을 지라도 호류지(법륭사)의 오층탑, 백제관음상, 동대사의 대불은 잊혀지지 않는다. 법륭사 오층목탑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런 목탑은 일찍이 본 적이 없었기에 일단 규모에서 압도되었고 참 아름다웠다. 정림사지 오층탑이나 다보탑 등 석탑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아직까지 목탑이 보전 되어있다는 사실이 부러웠고, 우리의 석탑 양식과 비슷한 모습에서 약간의 우쭐함도 느꼈었다. 사실 그때는 유홍준의 우려대로 ‘일본 문화는 다 우리가 가르쳐 준 것’이라는 역사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을 때인지라 그도 무리는 아니었다. 더욱 웃긴 것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서 배운 담징의 금당벽화가 사실인양 호류지의 금당에서 벽화를 찾느라 호들갑이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확인이 불가능했고, 금당벽화에 대해 기념품이나 안내판 하나 없는 것을 보고 “녀석들, 우리 작품이라 자존심이 상해 애써 감추는구만” 하면서 그들의 편협성을 탓하기도 했다. 사실인즉슨 금당벽화는 존재했지만 담징의 것이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연대나 정황상)인데 소설 작품을 사실로 안 해프닝이었던 것이다.(지금도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데..)

 

우리의 문화의 아류쯤으로 생각하던 차에 본 것이 동대사의 대불이다. 규모는 그렇다치더라도 동질성보다는 이질성이 훨씬 크게 느껴졌고, 특히 대부분의 건물 처마 밑에 보이는 활처럼 휘어진 당파풍이라 불리는 가라하후(당파풍)는 더욱 그것을 확신시켜 주었다. 사실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참 큰 것을 무던히도 좋아하는구만’ 정도. 동대사의 대불만 보고 돌아 나오는 것이 대부분인데 역시 유홍준은 동대사의 숨겨진 보물을 잘도 소개한다. 이월당과 삼월당이 그것인데 품격 있는 건물도 건물이지만 그곳에 보관되어 있는 부처상들은 일본 문화가 결코 만만한 게 아니구나를 연발하게 한다.

 

당시 일본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역시 백제관음상이다. 법륭사의 박물관에서 본 그 작품은 한 눈에 확 띠는 늘씬한 관음상인데 제목을 보니 [백제관음상]이어서 한참 놀랐다. 당시에는 물어볼 사람도 없어 그냥 백제에서 건너간 관음상이려니 했다. 이후 여러 기회를 통해 백제관음상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때 그것을 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속으로 오져하곤 했다.

 

“명작은 디테일에서 온다.” 동대사의 대불이나 오사카성에서 별다른 감동이 없었던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유홍준의 이번 책에 소개된 수많은 일본의 국보와 보물을 보면서 사실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유홍준의 쓴 한국미술사강의 1,2를 통해 우리 문화의 디테일에 한 번 놀라고 나의 무지에 두 번 놀랐는데 이번 그의 책에서는 ‘일본 문화를 한국과 중국 문화의 아류’라고 생각하는 것이 많이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역시 디테일은 일본’이라는 생각과 우리의 문화의 독창성은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한다. 난 십수년 전에 발견되어 전국 순회 전시를 한 백제대향로를 가까이에서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지금도 부여박물관에 가면 그 앞에서 30분 이상 감탄하고 또 감탄하다 온다. 정말 명작이구나 한다. 또 소쇄원의 시원한 정원과 정림사지 오층탑의 당당함도 사랑한다. 무엇보다 무위사 극락보전의 단촐한 아름다움은 유홍준이 아니었으면 영영 모르고 살 뻔한 것들이다. 그래서 난 그의 안목과 균형 잡힌 시각을 신뢰한다. 다시 일본에 간다면 봐야할 곳을 정한 것도 이 책이 준 선물이다. 동대사의 이월당과 삼월당, 약사사의 쌍탑, 당초제사의 금당이다. 그 전에 일 년여 가보지 못한 강진의 무위사와 화순 쌍봉사부터 가볼 일이다. 그것이 순서인양 싶다.

144나의문화나라.hwp

2013년 8월 2일 이장규

잡념들 : 나의 세 곳, 편견을 걷어낸 후, 일본 문학과 작가들(야스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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