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는 어떤 보물이 있을까?
문화재를 만나는 방식에 대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어떤 보물이 있을까? / 이한상 / 토토북]
지난 6월 서울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우리 반 서*이가 반가사유상에 대해 쓴 글이다. 서*이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일 반가사유상 특별전에서 국보 78호를 볼 때부터 자리를 옮겨 83호 반가사유상을 볼 때까지 시종 진지하고 감동어린 자세였다. 1,400년을 훌쩍 뛰어넘어 깊이 교감하는 모습이 내게는 더 감동이었다.
깊이 있는 체험 학습
우리 반은 여행을 오랫동안 준비했다. 서울 관련 책을 읽고, 모둠별로 여행 주제와 일정을 잡아갔다. 가장 신경 쓴 것은 마지막 날 가게 될 국립박물관 문화재에 대한 것인데 가장 보고 싶은 유물을 골라 미리 공부하여 발표하게 화였다. 풍부하게 공부하고 한껏 기대가 높을 때에 현장에 가면 아이들은 모두 집중해서 살피게 된다. 부족한 준비와 쫒기는 시간은 필연적으로 부실한 관람으로 이어진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에서 깊이 배우지 못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냥 추억 하나 건지는 것으로 만족해도 될 여행에서 진정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배운 박물관과 문화재에 대한 시각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교감하기 보다는 관람하고 해치우는 잘못된 학습. 사진 찍기 위한 여행, 일렬로 지나가는 주마간산 박물관 견학은 일정 정도 학창시절 체험학습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모아재]와 김봉수 선생님
박물관 학습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간파한 선생님을 알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김봉수 선생님. 체험학습 연구회 [모아재]를 만들어 박물관 학습을 전파하기 위해 애쓰는 분이다. 한 이십여 년 전에 어느 연수에서 처음 알게 된 후로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그가 얼마나 문화재 학습에 열심인지를 알고 있다. 방학마다 연수를 열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전국의 박물관을 찾아 최적의 프로그램을 찾아가는 모습은 존경스럽다. 人生到處有上手. 곳곳에 고수들이 즐비하다.
개인적으로 문화유산을 대하는 방식이 변한 것은 유홍준 교수와 오주석님 덕분이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야 우리나라 답사 수준을 크게 끌어올린 수작이지만 오주석의 [한국의 美]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저이다. 우리 그림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그것의 깊이가 어느 만큼인지를 치열하게 보여준다. 이 땅의 초등 교사들께 꼭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들이다.
짱구 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은 정말 재미있는 곳이다. 쾌적하고 무엇보다 수준 높은 작품들이 즐비하다. 언제 가든지 놀면서 공부할 수 있다. 그곳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멋진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갈 때마다 한두 점씩 구입하는데 벌써 10여점이 넘어서 거실 한켠에 제법 그럴싸한 컬렉션이 되었다. 83호 반가사유상, 토기인물기마상, 백제금동대향로, 칠지도, 석굴암 나한상, 석조여래입상, 무령왕릉 진묘수, 가야 토기잔, 김홍도 풍속화첩, 반가사유상과 성덕대왕신종 대형 사진 등이 있다. 볼 때마다 오지도록 좋다.
14면체 주사위에 깃든 해학
저자는 오랫동안 박물관 학예사를 한 경험을 살려 초등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국립중앙박물관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어느 책보다도 친절하고 깊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안압지에서 발견하였다는 14면체 주사위에는 재미난 벌칙들이 적혀있다. 소리 없이 춤추기, 술 마시고 크게 웃기, 술 석잔 한 번에 마시기, 누구에게나 마음대로 노래 청하기 등. 당시 사람들의 해학을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진본이 불타 없어졌다고 한다. 저자에게 배우는 우리 문화의 진면목은 이 책의 가치를 더하게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2016년 7월 30일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