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코스모스

짱구쌤 2015. 8. 5. 21:46

 

 

인류의 대항해

[코스모스 / 칼 세이건 / 사이언스북스]

 

태양계 너머를 날고 있을 보이저 1

1977년 발사된 목성 탐사 쌍둥이 우주선 보이저 1호가 2013년 명왕성을 지나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한다. 155억 킬로미터(지구와 태양거리의 10)를 날아간 지금은 성간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 38년째 임무를 수행중이다. 보이저 1호가 2006년에 우리에게 보내온 사진 속 한 점 지구는 우주에서 우리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 명제를 던져준다. 저자 칼 세이건은 35년 전 이 책에서, 보이저 1호가 21세기 중반에 태양계를 벗어나 10억년은 더 은하계 속으로 날아갈 것이라고 하였으니 그 상상의 규모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인류의 대항해 시대가 열렸다.

 

별을 보고 자란 소년

인류에게 지구 너머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하던 소년이 어른이 되어 쓴 이 책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과학책이 되었고, 그때 만든 다큐는 약 3억 명의 사람들이 시청하였으니 별을 사랑했던 과학자의 꿈은 훌륭하게 이루어진 셈이다.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책은 천문학을 중심으로 과학사, 전쟁사, 문화사를 아우른다. 가희 지구학이라 불릴만하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시 지구와 우주 이야기이다. 우주의 탄생, 태양계의 행성들, 탐사선 이야기는 알기 쉽다. 35년 전의 과학책임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물론 현대 과학에 무지한 나 같은 독자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칼 세이건의 문제의식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간 수많은 과학책에서 인용된 책이었기에 진즉 읽어보아야 했지만 이제야 코스모스에 발을 들여놓았다. 너무 땅만 바라보고 살아왔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살아있는 기적 흰긴수염고래

길이 30미터, 무게 150, 인간보다 큰 뇌를 가진 공룡보다 거대한 지구 최대의 동물은 7천만 년 전에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이후 여전히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20헤르츠의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크게 내면서 무리들과 소통하며 지구의 광활한 바다를 휘젓고 다닌다. 이러한 저주파 소리는 지구 어느 곳에서도 대화가 가능한데 이것을 가로 막는 유일한 장애물은 인간의 거대한 대들이 내는 소음과 탐욕스러운 포경 행위이다. 저자가 흰긴수염고래에 갖는 경외심은 작은 생물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지구 이외에 존재할지 모르는 외계생명체에도 해당된다.

 

과학은 열쇠는 열린 마음

과학은 자유로운 탐구 정신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했으며 자유로운 탐구가 곧 과학의 목적이다. 어떤 가설이든 그것이 아무리 이상하더라도 그 가설이 지닌 장점을 잘 따져주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은 생각을 억압하는 것은 종교나 정치에서는 흔할지 모르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이들이 취할 태도는 결코 아니다. 이런 자세의 과학이라면 한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는 어느 누가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할지 미리 알지 못하지 때문에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자기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p.195)

저자의 통찰력이 빛나는 부분이다. 고대에 인류가 성취한 빛나는 과학적 진전이 중세의 종교적 편향으로 잃어버린 천년이 된 것을 통탄한다. 우리가 아는 갈릴레오의 지동설에 대한 마녀 재판이 그 비근한 예이다. 지금에 와서도 비슷한 무지가 나타나곤 하는데, 지난 천안함 조사 때 보여준 비과학적 억압이 그것이다.

 

핵전쟁, 인간은 현명한 존재인가?

저자는 보이저 1호에 실려 보낸 인류의 메시지가 언젠가는 외계 생명체에 닿을 것을 믿는다. 아울러 수없이 내쏘아진 전파망원경의 신호, 라디오 텔레비전 전파가 지능화된 고도 생명체에 전달 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우주에 산재라는 1000억 개의 은하, 은하별로 약 1,000억 대의 별을 어림하면 확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저자가 외계생명체의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부분은 참 재미있다) 저자는 그 신호를 받아든 외계인들에게 비친 지구의 부끄러운 모습을 걱정한다. 이전의 역사에서 인류가 수없이 반복한 다른 문명에 대한 침탈과 파괴(콜럼버스와 인디언의 만남, 스페인의 마야문명 침탈). 또한 현재까지 유일무이한 우주론적 존재인 지구와 인류가 스스로 파멸의 길로 걸어갈 핵전쟁에 대해 혐오한다. 그래서 과학자는 자기검증에 철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무한한 긍정

자주 듣는 라디오 디제이 허수경은 스스로가 많은 모순투성이의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내세울 수 있는 한 가지 장점을 꼽으라면 무한 긍정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을 신뢰하고 상황을 좋게 해석하고 최악에서도 돌파구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했다고 하였다. 저자 칼 세이건 역시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기적과 같이 38년을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가 앞으로 10억년은 더 날아갈 거라 장담한다. 우여곡절 끝에 인간이 지금까지 이룩한 코스모스에 대한 도전이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거라 말한다. 가늠할 수 없는 무한의 우주를 향한 인류의 대항해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것 역시 무한의 긍정일 것이다. 무더위에 씨름한 두꺼운 항해일지가 솔바람처럼 시원하다.

201585일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