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과학책
좋아하는 일에, 그것이 뭐든 집중하면?
[위험한 과학책 / 랜들 먼로 / 시공사]
노출의 해
“올해는 당신 노출의 해 인가봐?”
몇 번 일간지와 라디오 방송에 잠깐 나온 것을 두고 아내가 한 말이다. 작년부터 간간이 언론에 나오게 된 이유는 10년, 23년 때문이다. 학급신문을 23년 간 발행하고 10년 간 써 왔다는 학급일기가 그것인데, 뭐든 10년 쯤 하면 뭔가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을 한다. 오래는 해왔으니 그럴듯하기는 한데 나는 그냥 하던 일이어서 한다. 오기로.
저자 역시 참 시답지 않은 시시콜콜한 질문을 붙들고 성의도 괘씸하게 진지한 답변을 오래도 해왔다. 그러다보니 내공이 생겼다.
페이스 북의 운명은
과학은 수학과 한 몸이다. 페이스북 이용자 수 중 생존자보다 사망자 계정이 늘어나는 순간이 언제냐는 물음에, 저자는 2060년이나 2130년 중 하나일 거라고 답한다. 페이스북 가입자 수 증가 여부, 지속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현재 미국 페이스북 가입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2010년대 말에 다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경우처럼 페이스북도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면 2065년,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 어딘가인데,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주인이 사라진 후의 계정이 처한 운명이다. 추모 공간이 될 것인지, 유족들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할 것인지.. 이렇게 한가한 질문부터 시작하여 바다에 구멍이 난다면, 트위터로 할 수 있는 말, 레고로 다리를 놓으면, 가장 오랜 일몰, 무작위로 전화를 걸면, 지구가 팽창한다면, 무중력 상태에서 화살을 쏘면, 태양이 없다면 등 종잡을 수 없다.
세상의 모든 번개를 모을 수 있다면
잘못된 상식을 수십 년째 가르치고 있으니, 이 책이 그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1억5천만~3억 볼트의 어마 어마한 전력을 받아서 저장할 수만 있다면 노벨상은 따 논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곤 했다. 저자는 번개의 전압이 높더라도 순간적으로 치고 사라지기 때문에 통상 한 집에서 이틀 정도 사용하는 전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태양이 땅에 전해주는 에너지가 100만 배는 클 거라고 덧붙인다. 아이들에게 다시 가르쳐야겠다. 이미 가르쳐 버린 아이들은 어쩔 수 없고. 아이들아, 미안하다.
모든 응시자들이 시험을 찍는다면
미국 수학능력시험인 SAT의 5지 선다형 객관식 문제는 3과목, 148문항이다. 미국 17세 400만 명의 응시생이 모두 무작위로 찍었을 때 어느 한 과목이라도 만점이 나올 확률은 0에 가깝단다. 심지어는 모든 수험생이 컴퓨터를 이용해 하루에 100만 번씩, 50억년 동안 매일 시험을 치러서 1명이라도 과목 하나에 만점을 받을 확률은 0.0001%라고 하니 찍어서 가져올 행운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도전
이 괴짜의 저작을 읽으며 부러운 것 한 가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이리도 열심히 하면서도 남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전 세계 수만 명의 사람에게서 받은 황당한 질문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과 본인의 발품으로 만든 훌륭한 성취. 6학년 아들도 읽고 싶어 하는 책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방학이 되면 늘 과학 책으로 좌절했던 나 역시 이번 방학 첫 과학책은 말랑 말랑하게, 그리고 두 번째는 칼 세이건의 명작 코스모스를 골랐다. 720쪽의 코스모스에 도전할 용기는 바로 이 책에서 얻었으니 과학의 대중화를 부르짖는 저자의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읽고 쓰고 타고, 치고
여름 방학에 세운 슬로건이다. 좋은 책 읽고(10권), 아무 글이나 쓰고, 게으르게 자전거 타고, 신나게 우크렐레 치고. 아내는 한 가지를 더 주문한다. 半日은 읽고, 반일은 생각하라고. 그것이 무엇이든 다 좋아하는 일이니 그것도 한 십년 하다보면 좋은 일이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지나온 시간이 그것이 증명해 주었으니..
2015년 7월 25일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