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부하는 이유
정신적인 대피소, 공부
[내가 공부하는 이유 / 사이토 다카시 / 걷는나무 ]
60-50
4년 전, 섬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터전으로 옮겨올 때 결심한 것이 있다. “1년에 60권의 책을 읽고 50편의 독후감을 쓴다.” 지금까지 200편이 넘는 글이 모였으니 어찌 어찌 약속은 지킨 것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꾸준히 하였고, 그것을 통해 스스로 만족했으니 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정신적인 대피소’만들어 요긴하게 사용한 셈이다.
저자는 괴짜라 불릴 만큼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다. 본업인 교육심리학 보다는 철학, 독서법, 문학, 역사 등 여러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강준만 교수나 동물학자 최재천, 명지대 [여러 가지 문제연구소]의 김정운 소장쯤 되겠다. 다만 강준만 교수와 다른 점은 그 깊이인데 지극히 주관적이니 이쯤에서.
깊은 호흡의 공부
“책이나 신문, 잡지 좀 보세요.”
“인터넷으로 다 보는데 다른 것은 볼 필요 없어요.”
“.........”
유능해 보이는 젊은 교사에게 어렵게 건넨 답변이 다소 실망스러웠다. 아니 그 당당한 무식함에 놀랐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지식, 처세술이나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는 당장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얕은 호흡’의 공부라고 하였다. 당장은 아니지만 두고 두고 삶의 자양분이 되면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 줄 ‘깊은 호흡’의 공부를 해보라고 권한다. 전공이나 직업과 관련이 없어도 그냥 허투루 사라지는 공부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경계 없이 세상의 모든 것에서부터 배우려는 자세, 한꺼번에 다그치지 않고 매일 매일 조금씩 해보려는 실천,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보라고 한다.
중년의 공부 인문학
클레멘트 코스, 미국에서 재소자나 노숙자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쳤더니 직업 교육을 펼칠 때보다 훨씬 많은 성과를 냈다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당장의 밥벌이와는 무관해 보이지만 자기의 삶을 사유하고 주변을 살필 시야를 갖게 하는 것이 그 어느 재생프로그램보다 유익했다고 한다. 어디 노숙자들 뿐이랴? 이제 어느 정도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자리를 잡은 중년에게 꼭 필요한 공부 역시 인문학이다. 조금씩 삶에 대한 회의도 밀려오고 건강과 죽음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서는 지금, 그것을 차분하게 되짚어볼 인문학은 가장 값진 힐링이 된다. 인문학은 ‘우물 안 전문가’가 되어 가는 우를 막고 세상과 사람에 더욱 관대해져가는 편안한 중년이 되게 할 것이다.
최고의 공부법, 토론
저자는 공부하는 이유, 방법,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공부법 등 다양한 공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공부법으로 꼽는 토론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토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평등한 활동이다.
2.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
3. 토론은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다.
올해 학교에서 배움과 나눔의 키워드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토론은 그것에 이르는 좋은 공부방법이 될 것이다. 아직도 토론을 승부로 생각하거나 나이나 지위로 토론을 지배하려는 행태가 나에게도 남아 있어 저자의 지적이 더욱 닿는다.
인생을 이끌어 줄 나만의 책
나만의 공부법을 가지고 있는가? 인생을 이끌어 줄 한 권의 책이 있는가?
이번 방학에 들어서면서 원칙으로 정한 공부법이 있다. 오전에는 글 쓰고 오후에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정한 데에는 나만의 공부법 때문이다. 책을 읽었으면 반드시 생각을 해야 하고, 그것을 정리하는 글쓰기가 함께 있어야 진정한 공부라고 생각한다. 기억력의 한계로 시작한 글쓰기는 이제 생활의 일부분이 된 듯 자연스럽다. 글쓰기를 통해 생각이 정리된다. 나만의 책도 물론 있다. 신영복 선생님의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언제든 꺼내 읽어도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나를 그나마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스승이다.
2014년 8월 14일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