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피쉬
책 읽어주기의 매력
[양철곰 / 이기훈 / 리젬]
1학년 교실에 보결수업 한 시간을 들어가서 그림책을 읽어준 적이 있다. 어찌나 반응이 폭발(?)적인지 세 권이나 읽었다. 오늘 점심시간에 급식실에서 만난 1학년 여자아이는 나를 보더니 “다음에 또 책 읽어 주실거죠?”그런다. “그럼! 당근이지.”싱글벙글 이다. 책읽어주기를 참 잘했다. 큰 아들이 서너 살적에 잠자리에서 읽어주다가 한 오년쯤 전에 암태 큰바위 도서관에서 첫 책읽어주기 강사로 나가 나름 성공한 이래 학급에서는 꾸준히 책을 읽어준다.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나도.
좋은 그림책은 우선 그림이 좋아야하고 글이 매끄러워야한다. 입에서 술술 구르는 글은 호흡을 방해하지 않고 리드미컬하다. 그림은 세밀하거나 생동감이 있어야 집중력이 크다. 가장 많이 읽어주는 그림책은 [돼지 책], [훨훨 간다], [리디아의 정원], [꼬마 팀과 용감한 선장], [고향으로] 등이다. [돼지 책]은 앤서니 브라운이 책이 다 그렇듯 주제가 분명하고 스토리가 기발해서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훨훨 간다]는 우리말의 운율이 잘 살아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좋고, 나머지 책들 역시 스토리가 탄탄하다. 뻔하지 않고 뒷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진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 [양철곰]은 좀 당황스럽다. 그림의 탁월성은 좋은 그림책의 제일 조건이다. 작가 이기훈은 놀랄만한 인내력과 공력으로 미래의 황폐해진 우리나라 도시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하였다. 수없이 이어졌을 펜터치는 실로 구도를 방불케 했으리라. 거기에 생태라는 선명한 주제의식이 얹혀졌다.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먼저 알아본 작가의 능력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간의 무분별 때문에 지구는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 모두들 우주의 다른 별로 떠난다. 낙오자가 되어 떠나지 못한 사람들, 개발 폐기물로 상징되는 양철곰 로봇이 녹색 생명을 기적처럼 키워내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글 없는 그림책 덕분에 세계인들에게 쉽게 어필했지만 읽어줄 수 없다는 것이 나에게는 많이 아쉽다.
그림책 뿐만 아니라 단편, 장편 소설도 읽어주고 있다. 옵니버스식으로 꾸며진 [지각대장 루시의 모험]이나 [신기한 시간표]는 읽어주기 안성맞춤이다. 아침 수업 전 5분 낭독은 하루를 상큼하게 시작하는데 좋다. 오래전 아들에게 읽어준 동화책들이 지금 책을 고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좋은 책을 만나면 우선 그림을 사진을 찍어 읽어주기 편한 PPT파일을 만든다. 만들어서 동료들과도 나누고 싶다. 그림책 읽어주기는 참 좋은 교육활동이다.
2014년 5월 8일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