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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속 현대미술을 만나다

짱구쌤 2014. 4. 17. 13:14

 

 

유쾌한 삶의 변주

[교과서 속 현대미술을 만나다 / 제주도립미술관 ]

 

방학마다 각종 전시회와 공연을 찾는 분들이 주위에 계신 덕분에 문화적 소외를 어느 정도 보충 받는다.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좋을진데 이렇게 책으로만 만나니 얼치기 관객이 따로 없다.

나의 문화 멘토선생님은 지난 방학 중에 서울의 박수근 100주년 탄생 기념전과 제주에서 열린 교과서 속 현대미술을 만나다를 다녀오셨다. 좋은 것을 보면 측은지심이 생기는지라 촌구석 짱구쌤은 귀한 도록을 두 권이나 받아보았다.

 

제주도립미술관의 이 기획전시회에서는 10여명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데 김경민, 김호석, 김영갑 작가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르는 분들이어서 다시 한 번 나의 현대미술에 대한 무지를 탓하지 않을 수 밖에...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작가가 김경민이다. 김호석 작가는 이미 몇 권의 책과 작품으로 익숙하고, 김영갑님은 제주도 두모악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몇 번 본적이 있어 낯설지 않았다. 김호석의 수묵화는 인물의 내면까지 표현하려는 조선초상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우리 시대의 현장성을 놓치지 않는 치열한 작가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김영갑의 사진은 제주도를 신혼여행 사진촬영지 정도로 이해하던 사람들의 무지와 폭력적 시각을 바꾸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제주인의 삶과 역사가 묻어있는 풍경,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준 제주의 속살이 그의 짧은 생과 겹쳐 아련해지던 기억이 다시 든다.

 

김경민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이번에 알았지만 작품은 익히 알고 있었다. 지금 가르치는 미술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렸고, 무엇보다 2012년 열렸던 여수엑스포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실제보다 훨씬 길어 보이는 등장인물은 우리 가족들 중 하나이다. 첫 출근을 하는 아빠, 외출을 준비하는 엄마, 나들이에 신난 가족 등 너무 친숙한 소재들이다. 먼로 그림 등으로 친숙한 워홀의 팝 아트와 다른 팝 리얼리즘(Pop rea1ism)이라 불린다. 리얼리즘에 바탕을 두고 우리 삶을 경쾌하게 들여다보는 작업은 보는 이를 행복하게 만든다. 기념일을 맞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선물을 사들고 가는 이 남자의 표정은 너무도 행복하다.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있다는 이 설치 작품은 더욱 신선하다. 큰 건물 앞에 의무적으로 서 있는 조각상이나 설치물들은 다소 생뚱맞다. 거기에 비해 이처럼 셀러리맨들이 주로 이용하는 건물 앞에 그들을 대변하는 인물이 근사하게 서 있어 오고 가며 보는 이들이 즐겁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패션니스타인 이 직장인은 지금은 좀 힘들지만 먼 하늘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 매고 길을 걷는다. 박수근류의 두리뭉실한 인물 묘사, 이중섭의 소를 연상시키는 조각상들보다 훨씬 친근하고 매력적이다. 김경민의 작품은 이렇듯 우리 주변 인물을 끌어와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깊숙이 내면을 보여준다. 결코 간단하지 않은 내공이다.

 

작가의 인물들은 하늘을 많이 본다. 더러는 먼 곳을 응시하기도 한다. 분명하게 땅을 딛고 있지만 지향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읽힌다. 그래서 보는 이들이 공허하지 않고 뿌듯하다. 사람과 삶에 대한 진지한 생각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리 학교에 체육관이 세워졌다. 맨땅에서 뛰놀던 아이들에게 체육관은 좋은 놀이터요 배움터다. 다소 둔탁한 체육관 앞에 학교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들어서자 육중한 건물이 날아갈 듯 경쾌해짐을 느꼈다. 미술작품이 주는 마법이다. 서울에 주로 많다는 김작가의 작품을 보러 가는 일도 즐거울 것 같다. 밥과 책만으로는 아쉬움이 많은 살이다.

 

서평을 다 쓸 즈음 수학여행단을 태운 제주행 유람선 침몰 소식을 접했다. 생떼 같은 청춘들이 차가운 바다에 갇혀 생을 마감하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유쾌한 생의 다양한 변주도 다 듣지 못한 아까운 청춘들의 넋을 위로한다. 부디 영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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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17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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