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쌤 2014. 4. 15. 16:58

 

모모는 생을 쫒아가는 시계바늘이다

[모모 / 미하엘 엔데 / 비룡소 ]

 

아이들이 국어 시간 책을 읽다보면 OOOO일이 나오면 대부분 땡땡월 땡땡일이라고 읽는다. ‘모월 모일이라고 가르쳐 주면 뭐요?’하고 웃는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그 다음부터는 한 명도 빠짐없이 모월 모일이라고 읽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은 제법 자신이 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듯 힘주어 말한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 바늘이다

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 짓하며~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중학교 때 김만준의 이 노래를 부를 때 날아가는 니스의의 니스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는데 지금 확인해 보니 프랑스 도시 니스를 말하는 것이란다. 모모[Momo]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에밀 아자르 [프랑스]의 소설 자기 앞의 생과 이 책 미하엘 엔데의 모모[Momo]인데 김만준은 앞의 아자르 소설에 나오는 모모를 생각하고 썼기에 프랑스 도시가 나온다. 난 당시에도 지금까지도 모모는 불특정한 인명과 지명을 뜻하는 某某라고 생각했다. 모르는 게 약이었는데..

 

아자르의 소설을 읽지 못해서 뭐라 하기는 그렇지만 가사의 내용으로 보아 이 소설의 주인공과 비슷한 캐릭터쯤으로 보인다. 1970년에 쓴 이 소설은 당시에도 지금도 시간에 쫒기는 사람들과 여유를 잃어버린 세계를 그린다. 45년 전에 씌여진 소설이 지금도 유효한 것은 그것이 같은 주제의식일 것이다.

모모는 4차원 소녀이다. 주거도 출생도 분명치 않은 소녀는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 유적에 거처를 정하고 산다. 이 부랑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그녀의 능력 때문이다. 그것이 능력이라 말하는 것에 선선히 동의할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동네 아이들은 모모 주위에서 놀고 어른들은 지친 삶을 위로 받기 위해 그녀를 찾는다. 여기에는 떠벌이 기기와 청소부 할아버지 베포도 포함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아 남의 시간을 빼앗아 축적하는 회색 신사 집단이 있는데, 이들은 사람들에게 시간의 소중함을 넘어 시간의 노에가 되라고 세일즈 한다. 무한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무한 노력을 강요하는 이 세뇌에 넘어가지 않을 현대인은 드물다. 사람들은 점점 모모 곁을 떠나고 아이들은 더 이상 원형경기장에 모이지 않는다. 떠벌이 기기는 시간을 분초로 아껴 쓰는 유명연예인이 되고, 베포 할아버지는 파트 타임 청소부로 생을 재촉 받는다. 모모가 그들을 다시 찾았을 때,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때부터는 SF영화 모드로 전환이 되는데, 시간 저장 창고를 찾아 마지막 남은 꽃의 시간으로 문을 열고, 그곳에 붙잡혀 얼어있는 사람들의 여유를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해피엔딩!!

 

이야기는 사실 좀 싱겁다. 문제는 늘 그렇듯 주제의식. 조지오엘의 1984나 영화 스타워즈나 혹성탈출,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가 명작인 이유는 그것이 보여준 탁월한 예지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서서 보여준 천재들의 경고는 우리가 두고 두고 풀어야할 과제로 남는다.

김만준의 모모를 부를 때에는 청춘들에게 다소의 여유가 있었다. 날마다 10시에 집에 오는 고딩 아들을 보며 짠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힌 청춘들의 분주함이 행복의 소진으로 가닿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할 일이 분명 있을 터,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모모.hwp

2014415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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