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습지의 숨. 쉼,

짱구쌤 2014. 1. 24. 18:19

 

순천만은 우리학교다!

[ 습지의 숨., / 곽재구 외 / 시공미디어 ]

 

    순천만이 우리학교다!

순천만이 학교 앞이다.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멋진 이층버스를 타고 갯벌에 가득한 동식물을 관찰하거나 철새 공부를 한다. 갈대밭 옆에 있는 논에서 모내기, 피뽑기, 벼베기를 하며 서툰 농사를 짓는다. 바람 시원한 날은 아이들과 인라인 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고 잘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 순천만에 다녀온다. 순천만이 우리학교다. 아름다운 순천만을 앞마당에 둔 아이들과 어른들은 그곳에서 배우고 위로 받는다.

 

순전히 곽재구 시인 덕분에 알게 된 곳이 와온바다이다. 따뜻하게 누워있는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해질녁이나 달빛 비추는 때가 가장 좋다고 했는데 아직 그 시간에 가보지는 못했다. 1231일 해넘이를 봐야겠다고 찾은 와온바다는 북새통이었다. 향토 축제에 의례 등장하는 뽕짝 음악은 조용히 세밑을 보내려는 사람들에게는 공해와 다름없었다. 차라리 오지 말걸 하는 마음이 들어 와온바다 건너편(여수) 조용한 찻집에 가서 한참을 앉아 있다 돌아왔다. 와온바다와 뽕짝의 어울림을 이해하려면 나는 더 나이 먹어야 한다. 아니 영원히 모를 수도..

 

장석남, 신달자님의 시와 에세이는 일견 순천만과 잘 어울려 보이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한 번씩 다녔다 가는 여행객의 달뜬 감상으로 읽혔다. 깊게 숙연해지는 작가들의 말들에 공감하기 어려운 것은 내 탓이 크겠지만 삶에서 한참 거리를 둔 작가들의 글쓰기 방식도 한 몫을 했다. 그에 반해 정이현 작가의 짧은 이야기 [사람이 사람을 보다]와 신경숙의 글은 무척 재미있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처럼 정이현의 이야기도 순천만과 잘 어울린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대대동 갈대밭과 와온마을 아낙들의 해질녁 귀가에서, 시베리아를 떠나온 작은 철새들의 몸부림에서 위안을 받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나 역시 아이들과 가끔 들르는 그곳에서 마음을 다독인다. 생명에 대해, 관계와 연대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시원한 바람 속에 흩어진다. 찾으러 갔던 너구리와 고라니는 못보고 그들의 흔적()만 보고 왔지만 우리는 그들이 그곳에서 무사히 살고 있음에 감사했다.

 

AI와 습지 순천만 폐쇄

정읍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때문에 몸살이다. 애먼 가금류 수백만 마리가 살처분 되는 생지옥의 광경이 연일 계속된다. 철새가 전염원이라는 확실치 않은 추정 때문에 순천만도 잠정 폐쇄되었다. 너무 많은 관광객 때문에 인원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인 것도 같으나 용산에서 낙조를 보려던 계획이 계속 미루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요즘 순천만에 가보면 날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펜션을 볼 수 있다. 자연에 위안 받고자 이곳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철새와 순천만이 몸살을 앓을 수도 있으니 걱정도 된다. 세상에는 이렇게 한가지로만 정해질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나이 들어가니 걱정만 는다.

 

우리학교는 순천만 지킴이를 키우는 흑두루미 학교를 지향한다. 생전 농사의 자도 모르던 도시촌놈인 내가 2년 동안 참 많이 배웠다. 입으로만 하던 생태학습을 이젠 제법 흉내 내는 것도 이 학교 덕분이다. 순천만 갈대밭, 논두렁을 걸으며 깜깜한 밤하늘 별도 보고 수많은 풀벌레 소리와 바람을 느끼는 일은 그 어떤 체험보다 나를 성장시킨다. 순천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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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4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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