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수업에서 절망하는 교사에게 드리는 따뜻한 위로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 김태현 / 좋은교사 ]
수업혁신을 실천할 쉬운 교재
우리 학교는 지난해부터 수업을 혁신하기 위해 여러 가지 책과 강의를 듣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손우정 교수의 [배움의 공동체], 서길원 교수의 [수업에서의 소외와 실존], 이혁규 교수의 [수업, 비평을 만나다] 등의 책을 함께 읽었다. 이러한 책과 강의는 무척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어 우리는 실제 수업에서 그 방법을 적용하고 토의하였다. 지금도 그 방법을 찾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수업 방법과 이론들은 수업을 기술과 형식으로 바라보던 기존의 수업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학생들의 배움을 중심으로 수업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수업 혁신에 대한 이러한 대전환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끼곤 했는데, 바로 현장 적용성과 용이성에 대한 문제였다. 혼자 수행하기에는 조금 버거운 방법이라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오래전부터 하면서 그 해법을 찾는 선구자가 나타났다.
담론과 디테일을 고루 갖춘 저자
김태현. 현재 학교 현장에서 수업혁신과 관련하여 가장 주목 받으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고등학교 교사이다. [EBS다큐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의 수업 코칭으로 널리 알려졌고, 좋은교사 수업코칭연구소를 통해 원격 강의, 현장 실습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그가 10여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세상에 내놓은 책이 바로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이다. 수업을 고민하며 절망해 본 많은 교사들에게 가까이에 두고 쉽게 이야기하고 따라해 볼 수 있게 친절히 안내된 책을 펴고 싶어한 저자는, 그동안 수많은 수업 코칭과 연수, 임상 수업을 통해 현장과 괴리되지 않으면서도 이론과 실제가 잘 조화된 책을 펴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바람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이 책 어디에서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프로필을 보니 이제 교육경력 10년째. 교실에서 수업을 오래한다 하여 수업 전문가가 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은 알고 있었으되 20년을 넘게 ‘게거품 수업’을 고수해 온 나로서는 많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반신반의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기껏해야 잘 알려진 이론 소개하고 교과서적인 코칭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빗겨가며 패기 넘치는 청년교사의 열정과 경력 교사의 따뜻한 조력을 조화롭게 펼쳐보였다.
교사의 내면을 세우는 수업 성찰
문학을 전공하고 인문계 고등학교 국어와 논술을 지도하는 저자의 가장 큰 장점은 따뜻한 시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수업에서 어려워하는 교사들에 대한 진정한 공감,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동료애가 바탕이 되었기에 그가 시도한 코칭과 수업 성찰이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성찰’과 ‘창의’는 이 책의 중요한 키워드이다. 수많은 수업 연구를 통해서도 수업이 개선되지 않고 교사가 성장하지 않는 것은 바로 성찰의 부족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계량화된 수업 분석과 평가 위주의 지적은 교사의 자존감을 낮추게 할 뿐 수협혁신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수업을 하는 자신의 내면의 갈등과 마주하면서 성찰하고, 애정 어린 동료와 함께 자신의 수업을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하면서 ‘사는 나와 수업을 하는 나’를 일치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버스 빈좌석’에서 ‘정(情)’이 이야기되고, ‘텍스트’와 ‘교과서 밖 세상’이 만날 수 있어야 창의력은 생긴다. [사실적 사고]-[추론적 사고]-[비판적 사고]-[창의적 사고]의 단계를 밟는 저자의 수업은 유쾌하면서도 감동이 있다.
서로를 성장시킬 ‘수업친구’ 만들기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수업친구 만들기이다. 누구나 자신에 맞는 수업유형을 만들어야 수업이 혁신된다고 믿는 저자는 그 가장 좋은 방법으로 수업 친구 만들기를 제안한다. 학교 전체가 수업혁신을 실천하기 버겁다면 당장 쉬운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바로 뜻을 같이하는 가까운 동료와 수업친구가 되는 것이다. 서로의 수업을 공개하며 편안하게 수업과 아이들에 대해, 수업 주제와 도전 과제까지 순차적으로 나눌 수 있는 사례들을 잘 정리해 놓아 누구나 한 번 해볼 만한 일로 제시해 놓았다. 저자는 교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는 학생에 대한 공감 능력 키우기, 둘째는 세계에 대한 민감성 키우기, 셋째는 공동체에 속하기이다. 저자 자신이 고민하면서 성장해 온 방법이라 공감이 간다. 또한 수업의 변화를 위해서 교육청과 연수원, 관리자와 교사가 노력해야 할 점도 제안한다. 교육청은 형식적인 자료집 제작이나 연수 지양하고, 연수원은 새로운 수업 방법에 대한 연수를 개설하며, 관리자는 ‘건물 꾸미기’와 ‘문서 만들기’를 지양하고 교사문화를 만드는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교사는 주변의 상황과 제도 탓만 하지 않고 우리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백 번 동의한다. 일제고사와 성과급이 없어지더라도 수업과 학교의 혁신은 남는다. 요즘 나의 고민이고 과제이다.
2013년 7월 7일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