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마틸다

짱구쌤 2013. 6. 27. 16:37

 

작가의 상상력은 무죄?

[ 마틸다 / 로날드 달 / 시공주니어 ]

 

반 아이 한 명이 추천해주어 읽은 책이다. 집에서 가져온 책을 건네주며 며칠 마다 한 번씩 읽었냐고 확인하는데 안 읽을 도리가 없었다. 작가 로날드 달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지은 미국 사람으로 꽤 유명한 상을 몇 차례 받은 유명 인사이다. 하지만 작품만으로는 왜 그가 저명한 작가인지를 알 수 없었다. 흥미를 위해서는 자극적인 소재를 마구 사용하는 막장드라마처럼 인물과 소재, 스토리 모두 억지스러웠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이다. 아이들에게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어준다. 황선미 작가의 [가방 들어주는 아이]나 외국작품 [지각대장 루시]는 아이들이 참 좋아했던 책이지만 읽는 나도 푹 빠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마틸다]는 절대 읽어주고 싶지 않은 책이다.

 

주인공 마틸다는 천재 소녀이다. 부모의 무관심(아니 학대) 속에서도 어마어마한 독서량으로 일곱 살 아이답지 않은 영특함을 얻었다. 어려운 수학 문제도 5초 안에 해결 할 수 있으며, 어려운 문학 소설의 서사적 구조와 철학적 문제를 찾아 논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셜록 홈즈 같은 추리력과 담임선생님을 상담해주는 카운슬러 역할에서는 두 손 들었다. 마틸다의 부모는 돈벌이와 쇼핑으로 아이는 뒷전이다. 사기범죄에 야반도주에 자녀유기까지. 담임선생님 허니는 마틸다의 천재성을 발견해주는 역할을 맡았지만 오히려 제자에게 의지하는 나약한 어른의 모습을 넘지는 못한다.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막장드라마의 정점이다. 폭력에 욕설에 공금횡령에, 살인에 유산 가로채기까지.. 3류 추리소설 정도 되는 스토리는 생략한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은 무죄이다. 아니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 하여 소재를 제한하거나 검열하는 것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작가의 상상력에 족쇄가 채워지면 사회는 질식당하고 삶은 건조해진다. 하나 그렇다고 하여 작가의 상상력이 책임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상상력, 아이들에게 그릇된 가치관과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나쁜 상상력도 존재한다. 적어도 [마틸다]에 등장하는 상상력은 권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극적인 감흥을 위해 가족도, 가정도, 학교도 선생님도 부정당하는 이야기를 읽히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공주니어는 좋은 책을 출판하는 곳이다. 시공사 이름을 단 책은 일단 안심해도 좋을 만큼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몇 년 전에 어떤 출판사를 인수해서 시공사를 출범시킨 이가 전두환씨의 아들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긴가민가 했었는데 그 이후 좋은 책들이 잇달아 출판되자 독재자의 은닉재산이라는 소문은 잊혀져갔다. 다시 출판사대표 전재국의 페이퍼 컴퍼니가 버진아일랜드라는 조세피난처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공사가 여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십 몇 년 동안 사세확장을 거듭한 이 출판사가 80년대 축적한 부정한 재산이었다면 마땅히 회수되어야 한다. 그 전에라도 시공주니어에서 펴낸 책은 읽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을 때 소위[전두환 재산 추징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공무원의 부정한 재산은 시효를 연장해서 추징할 수 있으며 그 범위도 일가친척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지금껏 이러한 장치도 없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금이라도 전씨 일가가 은닉해 놓은 재산이 몰수되어 ‘29만원의 사기와 뻔뻔함이 응징되어야 한다. 좋은 책의 출판에 다소 지장이 있더라도 부정하게 취득한 장물로 만든 출판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그것이 좋은 책을 읽는 것보다 우선임은, 말하기에도 입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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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27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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