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클로디아의 비밀

짱구쌤 2013. 4. 28. 11:32

 

 

한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비밀

[클로디아의 비밀 / 코닉스버그 / 비룡소 ]

 

그 비밀은 클로디아를 설레게 하고 중요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지. 클로디아는 모험을 바라지 않아. 모험을 하기에는 목욕과 편안한 느낌을 너무 좋아하거든. 클로디아에게 필요한 모험은 바로 비밀이야. 비밀은 안전하면서도 한 사람을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비밀이 존재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말이야.

 

난 문학상을 별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뉴베리’상과 ‘칼데콧’ 만큼은 다르게 생각한다. 미국도서관협회에서 매년 선정하는 이 상들은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일컬을 만큼 권위를 자랑한다. 상이란 것이 그 분야에서 이룬 성취를 인정해주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수상 이후에 보여지는 작가들의 ‘쇠퇴’는 비단 개인의 문제라 하기에는 너무 구조적이다. 상의 역기능이다. 매너리즘이라고나 할까? 어디 문학상 뿐이랴. 각설하고.

 

열 두살 클로디아는 동생들과 차별당하는 집에서 가출을 꿈꾼다. 그것도 동생 제이미를 데리고 말이다. 이 위험천만한 계획을 즐기는 주인공은 너무도 도시의 안락함을 사랑하기에 거사 장소로 뉴욕 최고의 명소중의 하나인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지목한다. 제이미는 용돈을 도무지 쓰지 않는 구두쇠이기에 클로디아의 재무담당 비서가 되는데는 제격이다. 가출 용품을 악기 상자에 숨기고 학교에 가기 좋은 수요일, 둘은 가출을 감행하고 부모님을 안심시키는 편지까지 붙이고야 미술관에 뛰어든다. 5시 퇴관 시간에 화장실에 숨어서 미술관을 독차지한 이 악동들은(1968년 당시에는 레이저 시건장치나 CC TV가 없었다) 프랑스 왕족의 침대에서 잠자고 실내분수에서 목욕하며 관람객들이 던져 놓은 소원 동전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미술관을 가출 장소로 정한 클로디아의 탁견이다.

 

아이들의 일상은 매일 관람 오는 아이들의 무리에 섞여 미술품을 공부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그러던 중 단 267달러에 미술관이 사들인 미켈란젤로의 ‘천사상’ 조각의 진위가 뉴스의 메인에 오른 것은 안 아이들은 그것의 진실을 밝히는데 온 힘을 집중한다. 결정적 증거라고 단정한 내용을 미술관장에게 편지로 보내기도 하지만 원 소장자인 프랭크와일러 부인의 집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아이들의 가출 사실을 알고 있는 이 부인에게 클로디아 남매의 모험은 그 어느 미술품 보다 흥미롭다.

 

프랭크와일러 부인은 아이들이 가출 이야기를 모두 이야기하는 대가로 미켈란젤로의 친필 스케치(천사상)을 클로디아에게 건네주기로 한다. 열 두살 소녀의 비밀스런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어른은 클로디아에게 내린 축복이다. 그래서 아이들 마음을 이해해 주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아침에 지각하는 아이들을 대뜸 혼내곤 했는데, 그 이유가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에게 먹이 주는 것을 듣고서야 의젓한 집안일을 해내는 아이가 제대로 보였다. 토요일인 어제, 반 아이들과 봉화산을 올랐다. 가족을 동반한 아이들은 여전히 엄마 아빠의 품에서 어린양을 해댔지만 혼자 온 아이는 너무도 씩씩하게 정상에 오른다. 오르다가 나무를 쳐다 보고 산 아래를 응시하는 열 살 아이에게도 비밀스런 이야기가 생겨날 것이다. 그래서 나도 그냥 씩 웃어만 주었다. 너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듯 말이다.

 

아침마다 읽어주는 책 목록이 한 권 추가되었다. [신기한 시간표]. [나의 린드그랜 선생님], [지각대장 루시의 모험], [그리운 메이 아줌마], [클로디아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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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8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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